진눈깨비소년 이라는 웹툰을 좋아한다. 그 중 94화 오강재의 행복 을 읽고 대사가 아닌 텍스트? 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좋아서 다 적어봤다.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살다 보면 자신의 의자와는 전혀 상관없이 멈춰 서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조바심을 버리고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때론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신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퇴원 후, 아버지의 권유로 고모가 계신 미국에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며칠 관광으로 뉴욕을 구경하고 나니 망친 시험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희석되었다.
남은 일정은 고모 집 근처에 있는 대학 캠퍼스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학생들이 영화를 찍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난 그 모습이 무척 흥미로워 매일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이 촬영하는 모습을 훔쳐보았다.
나중에는 몇 시, 어디서 다음 촬영할 거라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보조출연도 하게 되었다. (그냥 지나가는 역이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시간 가는 것도 몰랐다.
늦도록 내가 돌아오지 안자, 결국 고모 가족 전체가 날 찾아 나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알찬 여행을 마치고 귀국해 재수 세팅을 하고 있었던 아침이었다.
아버지는 나의 짧은 가출 이후 믿지 못 할 만큼 변했다.
졸업 후, 난 미국으로 떠났다.
수연에겐 작별인사를 하지 않았다.
시험을 망치고 미국으로 도망치는 모습이 될 것 같아 그만두었다.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라고 해봐야 좋은 영화들을 찾아 반복해 보는 것이었다.
좋은 작품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당연히 히어링이 늘었다.
좋은 대본을 보면 송두리째 베껴보았다.
작문이 늘었다.
연기 수업에도 참여해 발표회도 가졌다.
스피킹이 늘었다.
공부란 건 이런 게 아닌가 싶었다.
학기 초엔 매일 아침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머리스타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딱 1주일 고민했다.
아무도 내 외모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지어 한 달 내내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등교하는 친구도 있었다.
친구들은 내 생각에 관심을 가졌다.
밥을 사주겠다는 선배도,
술을 사달라는 후배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위해 시간을 썼다.
외적으로 소모됐던 시간과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집중되었다.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
그러한 고민으로 가득한 시간이
행복했다.